등록 : 2013.01.27 19:25
수정 : 2013.01.28 16:06
[유레카] 110세 보험 / 정영무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영국인 토머스 파로 알려져 있다. 1438년에 태어난 그는 155㎝의 단구로 152살을 살았다. 80살에 처음 결혼해 1남1녀를 두었고 122살에 재혼까지 했다.
그의 장수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찰스1세가 왕궁으로 초대해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그때의 과식이 원인이 돼 2개월 뒤 사망했다고 한다. 국왕은 유명한 화가 루벤스에게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이 그림이 위스키 올드 파의 브랜드가 돼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인생 칠십은 옛말이고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세의 삶을 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유엔이 ‘호모 헌드레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게 2008년이다. 하지만 아직 99살을 뜻하는 백수를 누리는 경우는 드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00살 이상 인구는 2386명이며, 2040년에 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살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넘어섰다.
100세 보험 상품들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해나 질병에 대한 보장기간을 늘린 110세 보험 상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노후 불안에 편승해 제법 인기라고 한다. 보험회사들은 갓 태어나는 아기들에게도 평균수명 100세 시대니 100세 만기 보험이 필요하다고 홍보한다. 평균수명은 늘고 있는데 질병에 대한 대비나 노후 생활에 대한 준비는 크게 부족한 탓이다. 질병 없이 사는 건강수명은 73살이라고 한다.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근거한 마케팅이 활개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제도가 척박하다는 반증이다. 수명이 길어졌으니 보험 만기 역시 길어져야 된다는 이야기는 일면 합당하지만, 미래 변화를 누구도 정확히 몰라 빛 좋은 개살구일 수 있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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