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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6 19:43 수정 : 2013.02.06 19:43

찰스 다윈은 핀치새를 관찰하면서 부리 모양의 다양한 변화를 설명해주는 단서를 떠올렸다 한다. 하여 진화론을 말할 때 다윈과 핀치는 늘 짝을 이룬다. 과학자와 동물의 짝짓기는 생물학자한테만 해당하지 않는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미시세계에서는 뉴턴의 고전물리와 다른 원리가 작용한다는 양자역학을 비판하려 무쇠상자 안에 독가스와 애꿎은 고양이를 집어넣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역설적이게도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수사(레토릭)로 애용돼, 지난해 양자물리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을 때도 미디어를 활보했다.

물리학자 장 뷔리당의 짝은 당나귀다. 뷔리당은 창이 손을 떠난 뒤에도 계속 날아갈 수 있는 이유가 던지는 사람이 무언가를 창에 딸려 보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가 ‘임피터스’(impetus)라 부른 이 운동력은 뒷날 뉴턴이 고전물리학을 완성하는 밑돌이 됐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고를 뒤집는 것이었다. 뷔리당은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은 양쪽에 물과 음식이 놓인 가운데에서 굶어 죽고 말 것인가”(<천체론>)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음을 인용하며 두 종류의 제안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행위자의 윤리 문제를 고민했다. 그는 애초 개를 끌어들여 언급했는데 후세에 당나귀로 바뀌면서 건초 더미 사이에서 굶어 죽는 ‘뷔리당의 당나귀’가 탄생했다.

규제는 방송통신위에 남기고 진흥은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긴다던 대통령직인수위의 구상이 국회로 넘어오며 두 업무 모두를 미래부에 맡기는 쪽으로 수정됐다. 원자력안전위의 독립부처 유지가 옳다는 과학기술인이 72%에 이르는데도 규제(원안위)는 미래부로 흡수하고 진흥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기로 한 안은 유지됐다. 새 정부가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고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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