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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침묵효과 / 정영무 |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을 조사한 리처드 파인먼은 연구원들과 상사들의 판단에 차이를 발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연구원들보다도 상사들은 우주선의 엔진이 폭발할 위험성을 훨씬 낮게 본 것이다. 실제로 폭발 확률이 낮지 않았음에도 침묵하는 조직문화로 인해 부정적 정보가 위로 전달되지 않았고, 상사들은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조직의 리더는 부하들이 이런저런 이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자신의 의견을 그냥 따르는 모습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한 리더는 부하의 침묵 자체를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리더가 결정 과정에서 부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으면 어느 순간 부하들은 손님의 입장이 될 수 있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리더는 모든 일을 결정하느라 힘이 들면서도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부하 직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어차피 리더의 결정이 중요하므로 먼저 나서기보다 의중을 파악한 다음 거기에 동조하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일을 추진할 당시에는 결과를 확신할 수 없으므로 나중에라도 변명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전국시대 한비자는 일찍이 이런 상황을 경계해 군주는 신하들이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는 물론 의견을 말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발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침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민감한 사안을 두고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예스맨보다 더한 노드맨(끄덕이는 사람)들로 채워진 새 정부는 침묵효과를 경계해야 할 법하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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