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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0 19:09 수정 : 2013.03.10 19:09

미국 백악관 이스트윙 지하에 있는 ‘대통령비상작전센터’(PEOC)는 웨스트윙의 백악관 상황실과는 다른 곳이다. 이 지하벙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인 1942년 대통령의 비상대피용 시설로 만들어졌는데, 직격 핵폭탄 공격 말고는 웬만한 공격에 끄떡없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고 한다. 당시 지하벙커 구축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금의 이스트윙 건물 신축 공사를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미국은 냉전 기간인 1950년대에 비밀 지하시설을 광범위하게 구축했다. 유사시 임시 의회로 사용하기 위한 웨스트버지니아의 그린브라이어 호텔 지하벙커, 합참이 핵전쟁 수행을 위해 만든 펜실베이니아의 레이븐록 등이 대표적이다. 또 버지니아에 있는 마운트웨더는 자체 발전소와 대형 급수탱크, 병원 등을 갖춘 대규모 지하시설로 만약의 사태 발생 때 임시 백악관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영국도 1950년대부터 암호명 ‘벌링턴’으로 불리는 대규모 지하벙커 시설을 비밀리에 운영하다가 1991년에 사용을 중단했고, 지금은 이곳을 민간에 매각하려고 구매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지하벙커는 잘 알려져 있듯이 1975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시 대피시설로 만들어졌다가 참여정부 때 국가위기관리 상황실로 바뀌었다. 백악관의 이스트윙 지하벙커와 비슷한 하드웨어에 백악관 상황실을 본뜬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셈이다. 청와대가 최근 이 상황실에 대해 “지하벙커란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지하벙커 남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으로 짐작되지만 중요한 것은 용어 문제가 아닌 듯싶다. 육군 대장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외교안보팀이 안보관리를 군사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군사시설’로 이 지하벙커를 활용할까봐 더욱 걱정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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