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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7 19:24 수정 : 2013.03.27 19:24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은 예로부터 권력·군사력·재력을 상징하는 동물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천자를 만승(萬乘), 제후를 천승(千乘)이라고 불렀는데, 승(乘)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뜻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포세이돈과 하데스의 동반자로 말이 등장하는 것처럼 말은 남성, 절대권력, 지배계급의 힘을 상징한다. 말을 마구간에서 끌어내온다는 뜻의 출마(出馬)는 전쟁터에 나간다는 의미를 넘어 지금은 관직을 향해 입후보한다는 뜻이 됐다. 예전에는 주요 교통수단이 말이었기 때문에 출마는 ‘관리가 임지에 부임한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맥락은 다르지만 관직 이동이나 관리 후보자들을 두고 세상에 떠도는 풍설을 뜻하는 ‘하마평’(下馬評)에도 ‘말’이 들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사전을 보면 ‘낙마’의 뜻풀이 중에는 ‘관리가 부패·뇌물수수·사건 폭로 등의 사정으로 파면·해임·조사를 받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그런데 뉴스를 검색해 보면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낙마라는 용어의 사용이 더 빈번한 듯하다. 금력과 권력만을 위해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을 중국에서는 ‘말을 거꾸로 탄다’는 뜻의 ‘역마’(逆馬)라고 부른다는데, 요즘 낙마한 고위 공직자 후보들은 도덕적 흠을 숨긴 채 말을 거꾸로 탔다가 굴러떨어진 사람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낙마를 하지 않고 무사히 권좌에 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고려시대 학자 이곡이 쓴 수필 <차마설>(借馬說)을 보자. “남의 말을 빌려 탈 때 볼품없는 말은 조심하여 다치는 일이 없으나, 간혹 좋은 말을 빌려 탈 때에는 으스대다 말에서 떨어져 다칠 때가 많다.” 권력이란 원래 자기의 것이 아니고 국민한테 빌린 것이다. 그런데도 말에 올라앉아 우쭐대고 으스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높은 관직에 있는 분들은 ‘차마’의 뜻을 깊이 새겨볼 일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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