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99503 이원철 2002DB1 / 이근영

보현산천문대는 2002년 소행성 ‘99503 Leewonchul(이원철) 2002DB1’을 발견했다. 소행성을 처음 발견하면 임시번호(2002DB1)가 부여된다. 앞번호는 발견 연도를, 첫번째 알파벳은 달을 가리킨다. 매달을 반으로 나눠 차례대로 붙이되 숫자와 혼동되는 ‘I’와 ‘Z’는 뺀다. 두번째 알파벳은 그 기간에 발견된 소행성의 순서를 나타낸다. ‘I’를 뺀 나머지로 25개까지 표시하고, 다시 반복되면 숫자를 붙인다. 2002DB1은 2002년 2월16일 이후(D)에 27번째(B1) 발견됐다는 뜻이다. 검증이 끝나면 일련번호(99503)가 붙고, 발견자는 고유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원철’(1896~1963)은 초대 관상대장(현 기상청장 겸 한국천문연구원장)을 이른다. 보성학교와 선린상고를 거쳐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1926년 독수리자리 에타별이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밝기가 변하는 맥동변광성임을 처음 밝힌 논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에타별에는 그 뒤 ‘원철성’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원철은 대학과 와이엠시에이를 오가며 천문학 강의와 대중강연을 이어가다 1937년 흥업구락부 사건에 연루돼 일제의 압력으로 교단에서 내쫓긴다. 광복 뒤 조선의 관상감과 일제의 기상대를 잇는 관상대를 만들어 대장을 맡았다. 이후 이승만은 하와이 교민들이 보내준 100만달러를 씨앗 삼아 모금한 돈으로 인천에 ‘인·하’ 공대를 세운 뒤 이원철에게 학장을 겸임시켰다. 그는 이기붕이 학교 돈을 3·15 부정선거 자금으로 쓰려는 것을 반대하다 학교에서 또 쫓겨났다. 자손이 없는 그와 부인은 재산을 모두 와이엠시에이에 기증했다. 그의 50주기를 맞아 기상청에서 추모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