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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3 19:15 수정 : 2013.06.03 19:15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첫 100일이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 것은 1933년 7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계기가 됐다. 대공황의 와중에 국가 재건의 책임을 안고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취임 후 석 달 반 동안 의회의 협조를 얻어 15개 법안을 통과시키며 불황을 타개할 뉴딜 정책의 토대를 닦았다. 루스벨트가 애초 라디오 연설에서 언급한 ‘100일’은 자신의 임기 100일이 아니라 1933년 3월9일부터 6월17일까지의 의회 특별회기를 지칭한 것이었으나, 이 100일은 그 뒤 신임 대통령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았다.

대통령의 첫 100일이 국정운영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시기인가를 두고는 회의론 내지는 신중론이 많다. 실제로 루스벨트의 뒤를 이은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 후 100일의 성과를 보면 최소한 중요한 법안 통과라는 측면에서는 성공한 대통령이 별로 없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는 각각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뒷마무리를 하느라 바빴고, 케네디 역시 외교정책에 치중하며 국내 문제에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케네디는 오히려 그 기간에 쿠바의 피그스만 침공이라는 치명적인 외교적 실수를 저질렀다. 예외가 있다면 레이건 대통령 정도다. 극심한 경제불황 속에 대통령에 오른 레이건은 신속하게 의회를 움직여 세금 인하와 정부지출 삭감, 군비 증강 등의 조처를 얻어냈다.

대통령의 첫 100일을 두고는 “인위적으로 만든 어리석은 푯말” 따위의 비판이 무성하지만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성찰할 여유가 없이 질주해온 백악관 사람들은 이 푯말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리고 일이 잘된 이유는 뭔지, 더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어디에서 실수를 저질렀고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 취임 100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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