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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주먹감자 / 김종구 |
상대방을 향해 주먹감자를 내지르는 행위는 거의 모든 나라의 공통된 욕이다. 이 제스처의 명칭은 나라에 따라 다양하지만 ‘브라 도뇌르’(영광의 팔)라는 고상한 프랑스 이름이 ‘국제적 공인용어’인 것 같다. 이 몸짓이 주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시작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사전을 찾아보면 ‘한쪽 팔을 엘(L) 자로 구부린 채 주먹의 손바닥 방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 뒤 다른 한 팔로 굽힌 팔의 이두박근을 붙잡고 굽힌 팔뚝을 수직으로 힘차게 뻗어올리는 동작’이라는 자세한 설명도 나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우산 제스처’라고도 불린다. 1953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비텔로니>에서 빈둥거리는 청년 역으로 나온 알베르토 소르디가 혀를 입술에 말아 야유를 하며 주먹감자를 먹이는 모습은 ‘영화 속의 주먹감자질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이런 배경 탓인지 미국에서 ‘이탈리아 팔 인사’라고 하면 주먹감자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브라질에서는 이 욕을 ‘바나나’라고 하는데, 우리가 ‘감자’라고 부르는 것과 흡사하다.
폴란드에서는 ‘코자키에비치 제스처’라고 부른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브와디스와프 코자키에비치가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은 소련 관중에게 주먹감자 제스처로 앙갚음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발끈한 소련은 폴란드 쪽에 코자키에비치의 메달 박탈을 요구했으나 폴란드 정부는 “코자키에비치가 주먹을 들어 보인 것은 팔에 쥐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코자키에비치를 감쌌다.
이란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에 승리한 뒤 최강희 감독 등 한국팀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린 것을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 감독이 인터뷰 등에서 먼저 도발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도가 지나친 무례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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