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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1 19:12 수정 : 2013.07.01 19:12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지라,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비는 건 예능 시청자다운 태도가 아니란 생각도 적잖이 하던 터였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MBC)는 도가 지나쳤다.

남자답다는 건 무슨 뜻일까? 여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만큼이나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기실 우리는 질문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군대 체험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진짜 사나이>는 ‘남자다움’에 관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해묵은 견해를 다시금 꺼내놓는다. “군대 갔다 온 남자가 진짜 사나이”라고 한다. 군대는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계급사회다. 며칠 전까지 민간인이던 출연자들은 군 위계에 따른 일방적 명령과 지시를 받아들여 남자다움을 학습·체험하고 나약함을 이겨내 ‘진짜 사나이’로 거듭난다. 김수로·장혁·서경석과 샘 해밀턴 등 일곱 남자의 신체는, 실제 병사들이 그렇듯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군의 것이 된다. 머리털, 옷, 신발, 속옷까지 속속들이 규율당한다. 그 규율과 훈련이 힘에 부쳐 어리바리한 행태로 웃음을 빚다가도, 결연한 의지로 주어진 훈련을 수행하여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남자답지 않을 권리>란 책을 쓴 철학자 뱅상 세스페데스는 주류 사회가 요구하는 남자다움, 곧 ‘강한 남자’라는 관념을 ‘강요된 남성성’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용감해야 하고 겁을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폭력적인 남자를 만든다고 말한다. 폭력은 ‘강요된 남성성’에 대한 추구 때문에 생겨난다는 얘기다. <진짜 사나이>의 문제는 매주 안방의 숱한 민간인을 향해 ‘위계에 복종·순응하는 강한 남자’ 담론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 이런 논점조차도, 백마부대 체험 마지막 편은 사치스럽게 만들었다. 이른바 ‘적’ 사살 도상훈련에서 남북 대치중인 우리의 엄혹한 현실은 누가 많이 죽이는가를 놓고 경쟁하며 시시덕대는 오락이 되었다. 전쟁의 폭력성에 대한 일말의 성찰,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의 여과장치는 없었다.

허미경 책지성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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