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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저널리즘의 칠거지악 / 오태규 |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별위원회가 최근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2013, 컬처룩)라는 책을 펴냈다. 위의 7가지는 특별위원회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지금 기자들이 많이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선 안 될 보도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방송기자들이 해서는 안 될 ‘칠거지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청률 집착을 구독률 집착으로 바꿔 놓으면 신문기자에게도 꼭 들어맞는 지적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우리는 지금 저널리즘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로 시작한다. “언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어서 몇몇 언론인이나 언론사만의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이 책은 진단한다. 방송기자연합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런 책까지 발간하면서 땅에 떨어진 저널리즘을 구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가상하기 그지없다. 신문도 분발할 일이다.
책에는 유형별로 문제가 됐던 실제 보도가 생생하게 실려 있다. 단풍철이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등산객 스케치 보도, 시청료 인상의 당위성을 지원하는 보도, 청와대의 일방적 설명을 비판 없이 내보내는 보도가 각각 관습적 기사 작성, 자사 이기주의, 출입처 동화의 예로 등장한다. 그래도 7가지 악습 중에서 가장 큰 악을 고르라면 정치적 편향이나 광고주 편향이 앞줄에 설 것이다. 언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성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3일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여당 추천 이사 단독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야당 쪽 이사들은 공정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복잡하게 싸울 것 없이 이 책의 저자들에게 어느 쪽이 옳은지를 가리는 심판권을 주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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