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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반구대와 아부심벨 / 김의겸 |
17일치 <한겨레>에는 1971년 반구대 암각화를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문명대(72) 한국미술사연구소 소장이 안타까운 눈길로 암각화를 둘러보는 얘기가 실렸다. 노학자는 “투명댐을 세운다고요? 유리병 속에 암각화가 갇혀 있는 형상이에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반구대 암각화의 운명은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의 그것과 닮았다. 신전은 람세스 2세가 세운 건물이고, 람세스 2세는 영화 <십계>에서 율 브리너가 연기했던 이집트 파라오요, 10여년 전의 베스트셀러 <람세스>의 주인공이다. 3200년이 흐른 뒤, 이집트의 대통령 나세르는 아스완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부심벨 신전이 호수 밑으로 잠기고 신전의 신들이 익사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세계 학자들이 들고일어났고, 50여개 나라가 아부심벨 구하기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없는 형편에 50만달러를 지원했다.
어떻게 살릴까를 고민하다, 신전 자체를 65미터 산 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바위절벽을 깎아 만든 신전에 먼저 1만7000개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 33톤에 달하는 송진 덩어리를 밀어 넣어 신전의 돌들을 단단하게 굳혔다. 그리고 거대한 쇠줄톱을 동원해 신전을 모두 1036개의 블록으로 잘랐다. 블록 하나의 무게는 대개 30톤에 이르렀으며 신전 주변의 바위들도 1112개 부분으로 나누어졌다. 신전을 옮길 절벽 위쪽에는 거대한 콘크리트돔 두 개로 인공적인 산을 만들었다. 모든 돌은 상부로 옮겨져 정밀한 재조립 과정을 거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재생됐다. 이 공사에는 당시 돈으로 4200만달러가 들었고, 4년이라는 작업기간이 소요되었다. (이종호 <고대 신전 오디세이>)
아부심벨 살리기는 인류 공동의 유산인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반구대 암각화가 ‘가변형 투명 물막이’(카이네틱댐)로 보존이 되는 건지, 치열한 고민과 창조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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