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8.21 19:00 수정 : 2013.08.21 19:00

김훈은 서해의 연륙도에 머물고 있었다. 윤대녕의 문자는 ‘강원도 모처’에서 발신되었다. 천운영은 스페인 말라가의 쾌청한 햇살을 보내왔다. 김려령은 영국에 있다고 했다. 과장하자면 작가들 절반 정도가 집을 떠나 나라 안팎의 어딘가에 가 있는 것 같았다. 2013년 여름의 어떤 풍경이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문인들은 특히 떠도는 습성이 강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함일 수도 있고, 일상의 의무와 속박에서 벗어나 창작에 집중할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작가들의 이런 습성에 맞춘 프로그램이 있다. 입주 지원 또는 파견 사업이다. 토지문화관과 백담사 만해마을, 연희문학창작촌, 마라도 창작 스튜디오 등이 국내의 대표적인 작가 입주 공간이라면, 한국문학번역원의 ‘작가 해외 레지던스 파견 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해외 창작거점 예술가 파견 사업’, 대산문화재단의 ‘대산-UC 버클리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은 작가들을 나라 바깥으로 보내는 지원 사업이다.

세금을 들여 작가들의 ‘외유’를 돕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고은 시인은 올 상반기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학에 머물다 왔다. 그곳 명예교수로서 특강을 하고 시축제 등에도 참여했다. 시인 김이듬은 얼마 전 역시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독일 베를린에 머물렀던 경험을 담은 시집 <베를린, 달렘의 노래>를 내놓았다. 소설가 정영문은 2010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버클리에 머물면서 그곳 이야기를 쓴 소설 <어떤 작위의 세계>로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 세 문학상을 한꺼번에 받기도 했다.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한국 문학의 해외 소개와 양질의 작품 창작을 가능하게 한 사례들이다. 반드시 당장의 작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낯선 공간에서 얻는 자극과 영감은 분명히 언젠가는 우리 문학의 살을 찌울 자양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