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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9 19:18 수정 : 2013.10.09 19:18

“오래전 학생운동의 악습들을 버려달라. 항상 누군가의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되려는, 음험하고 구태의연한 ‘막후 놀이’의 나쁜 습성을 버려달라.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들의 행동은 정의롭지도 유용하지도 않았다.”

유신세대인 문학진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참회록 형식으로 쓴 <역사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도서출판 산하, 2013)라는 책에서, 한때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던 386세대 후배 정치인들에게 보낸 고언이다. 통렬한 ‘유죄 판결문’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잘 알다시피 386은 30대, 1980년대 대학 입학, 1960년대 출생한 사람을 뜻하는 조어다. 구체적으로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치하에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가 정치에 입문한 일군의 정치인을 말한다. 문 전 의원은 이들이 지금 40대가 됐으므로 486이라고 고쳐 불렀다.

지금 정치권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는 386(또는 486) 정치인이 없는 것을 보니, 386세대는 역사적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든지 퇴조한 것이 확실하다. 이런 틈을 타고 ‘신 386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30·40년대 출생하고, 80살을 바라보고 있으며, 60년대에 본격적으로 사회·공직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을 말한다.

신 386세대의 등장은 박근혜 정부와 함께 벌어지고 있는 ‘올드보이의 귀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부통령’이라 불리는 김기춘(74)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최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에 선임된 홍사덕(70) 전 의원,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 서청원(70) 전 의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경재(72) 방송통신위원장, 남재준(69) 국가정보원장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나이가 사회적 활동의 적합성을 재는 유일한 척도는 아니겠지만, 신 386세대란 용어엔 시대 흐름을 역류하는 현상을 비꼬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들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구태의연한 사고와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오태규 논설위원, 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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