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단편소설 / 최재봉 |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는 단편 작가로는 첫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는 장편과 단편을 아울러서 ‘소설’이라 일컫지만, 구미 쪽에서는 두 장르를 엄격히 구분해서 부른다. 장편은 ‘노블’(novel)로, 단편은 ‘쇼트 스토리’(short story)로.
두 장르를 가르는 일차적이며 표면적인 기준은 분량이다. 장편은 대개 단행본 한권, 그러니까 원고지 1000장 안팎의 작품을 가리키고, 단편은 원고지 100장 분량의 이야기를 이른다. 단순히 양의 다과로만 장편과 단편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단편이 한정된 인물을 등장시켜 단일한 사건이나 모티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촘촘하게 짠다면, 장편은 여러 인물이 나와 성격의 변화·발전을 보여주는 한편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통해 사회상과 생활상을 알게도 한다. 단편이 서정시를 방불케 하는 미적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장편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작가의 세계관 표출에 좀 더 주력하는 편이다.
두 장르 사이에 우월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미에서는 단편에 비해 장편을 더 높이 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앨리스 먼로가 노벨상을 받기 전에 한 인터뷰를 들어 보라.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는 제대로 된 작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초기에는 나 역시 장편을 쓰고 싶었다.” 실제로 구미에서 소설이라면 장편이 일반적이고 단편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한국은 구미에 비해 단편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문단과 문학상이 문학잡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장편 위주로 소설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편은 문학 ‘예술’인 반면 장편은 상업적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두 장르의 장점만을 융합한 장르로서 중편소설을 추구하는 사례도 있다. 단편이냐 장편이냐를 두고 집안싸움을 하기 전에 서사 예술의 맏형으로서 소설이 제구실을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다수 독자의 바람일 것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