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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20 19:11 수정 : 2013.11.20 19:11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지으려는 경복궁 옆 터의 동네 이름은 송현동이다.

송현동이라는 이름은 본래 이곳이 소나무(松) 숲으로 이뤄진 언덕(峴)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대궐과 가까운 곳이라 조선시대에는 세도가 및 왕족들의 집터로 쓰였다. 특히 조선 말에는 순종의 장인 윤택영과 그의 형 윤덕영의 소유였다. 윤택영은 씀씀이가 헤프고 빚이 많아 ‘채무왕’으로 불리다, 아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야반도주했고 쓸쓸히 객사했다. 반면 윤덕영은 호의호식하며 천수를 누렸다.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의 저격으로 사망하자 이완용 등과 함께 장충단에서 이토 추도회를 열었다. 1910년 한일 병합 때에는 고종과 순종을 협박하고 국새를 빼앗는 따위의 방법으로 늑약 체결에 가담해, 일제로부터 훈1등 자작 작위를 받았다. 고종이 죽었을 때는 고종을 독살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일제로 권력이 넘어가자, 이 땅은 1919년 이후 조선식산은행의 사택이 들어섰다. 식산은행은 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했던 곳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본의 한반도 경제 지배의 양대 축으로 작용한 곳이다.

1945년 이후에는 미국 정부가 이 땅을 차지하고 여기에 미국 대사관 직원의 숙소를 지었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말부터 보안 문제 때문에 미국 대사관의 이전을 추진했으며, 이와 함께 대사관 직원 숙소 터의 매각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0년에 미국 정부는 삼성생명에 송현동 땅을 1400억원에 팔았다. 삼성생명은 여기에 ‘복합문화시설’을 지으려다 포기하고, 2008년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팔았다.

조선의 외척-일제-미국-재벌로 이어지는 송현동 땅임자의 역사는, 한반도 권력자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 땅에 호텔을 지을 것이 아니라, 역사-자연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라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이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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