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삼십삼년 짧은 삶을 따라가 보자면 세 도시를 거쳐야 한다. 베들레헴, 나자렛(나사렛), 예루살렘. 베들레헴은 예수의 출생지이고, 나자렛은 예수가 서른살에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유년기·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예루살렘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도시다.
세 도시는 기독교인들의 대표적인 성지순례지이지만, 무슬림-기독교도, 아랍-이스라엘 사이 분쟁을 상징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번갈아 유대인·무슬림·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베들레헴은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결과 요르단이 점령했으나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차지했다. 베들레헴은 1995년에야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영토로 돌아갔다. 예루살렘에서 10㎞밖에 안 떨어져 있으나 성탄절 같은 특별한 때가 아니면 서안지구의 분리장벽에 있는 삼엄한 검문소를 거쳐야 이를 수 있다. 나자렛은 이스라엘 영토이나, 무슬림 인구가 70%에 이르러 ‘이스라엘 내 아랍의 수도’라 불린다. 11~12세기 십자군전쟁 때 격전지였던 나자렛은 이름난 무슬림 전사이자 이집트의 이슬람 아이유브 왕조의 개창자인 살라딘이 결정적 승리를 거둔 곳이다. 나자렛엔 성수태고지 성당을 비롯해 예수를 기리는 수많은 기독교 명소들과 함께 살라딘 조카의 무덤 등 이슬람 유적도 많다. 예루살렘은 1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동예루살렘으로 나뉘었다. 동예루살렘은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일방적 지배를 받고 있으나 국제법적으론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받지 못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이틀 동안 방문한다.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영토인 베들레헴에서만 미사를 집전해 세심하게 이-팔의 균형을 맞췄다. 평화의 사도, 교황이 이-팔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217] '올해의 세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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