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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31 19:20 수정 : 2013.12.31 19:20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민간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철저히 통제하려고 했다. 유언비어가 대부분 지배층에 적대적이고 반체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유언비어를 와언(訛言)이나 요언(妖言)이라고 부르며, 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원국지심(怨國之心) 또는 사란지심(思亂之心)을 품은 불온한 무리로 규정했다. “요서나 요언을 지어내거나 퍼뜨려서 백성을 미혹시킨 자는 참수한다”는 ‘대명률’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했다.

군사정권 시절 계엄이나 긴급조치가 선포될 때마다 포고령 첫 항목에 등장한 것도 유언비어 금지였다. 1974년 1월에 발령된 긴급조치 1호는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았다. 1980년에 서울시경은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이 악성 유언비어 유포자를 신고할 경우 6년 이상 무사고 운전사에게 주는 모범운전사 자격증을 3년으로 단축해준다는 포상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조처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 유언비어의 속성이다.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시미즈 이쿠타로는 <유언비어의 사회학>에서 “전혀 사실과 무관해도 유언비어가 될 자격이 없고 완전히 사실과 부합해도 유언비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완전한 사실도 아니고 완전한 거짓도 아닌 것이 많은 사람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유언비어가 때로는 사회적 현실의 단면을 실제 이상으로 날카롭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철도·의료 민영화 등과 관련해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엄명이 떨어졌으니 정부 각 부처에서는 유언비어 발본색원을 위한 온갖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유신시대를 떠올리는 유언비어 단속도 그렇지만 국정원 등의 인터넷 댓글 유언비어로 선거에서 도움을 받은 박 대통령이 유언비어 단속을 지시하는 것도 참으로 역설적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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