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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짝퉁 ‘적극적 평화주의’ / 오태규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외국 순방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는 단연 ‘적극적 평화주의’(proactive contribution to peace)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동남아 순방 때부터 이 말을 사용하기 시작해, 이후 외국 정상을 만나거나 국제무대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공세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작업 때문인지 세계 각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지금보다 한층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역내 및 세계 평화 유지에 기여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그럴듯한 말에 현혹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를 빼고는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그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짝퉁이다. 원래 평화를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와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로 처음 개념화한 사람은 노르웨이의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이다. 갈퉁은 폭력이 없는 상태를 소극적 평화, 구조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적극적 평화로 구분해 구조적 폭력의 원인인 불평등을 없애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아베 정부가 이 개념을 전혀 다른 내용과 영어 이름으로 변용해 쓰고 있는 것이다. 그 중개인은 아베 내각에서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의 좌장을 맡고 있는 보수 성향의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학장으로 전해진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12월17일 일본 최초로 만든 ‘국가안전보장 전략’에도 이 용어를 명기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안에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나 유엔 결의에 따른 다국적군 참여를 염두에 둔 꼼수로 의심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가 짝퉁이라는 사실이 폭로된 것은 그가 우리나라와 중국의 강한 반발이 뻔하게 예상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오태규 논설위원, 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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