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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비정상의 정상화 / 김종구 |
정신의학 등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처한 현실에 따라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하므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만프레트 뤼츠는 <위험한 정신의 지도>에서 “정상의 반대는 비정상이 아니라 독특함”이라며 “정신병보다 더 무서운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사이코패스’와 비교해서 ‘스탠더드패스’라는 표현을 붙였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절대적인 사고보다는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 뒤 곳곳에서 정상·비정상이라는 말이 범람하고 있다. 걸핏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것부터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박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한 것은 오래전부터다.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6년 9월4일 대구에서 “국민이 정치도 경제도 정상적인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10년간 비정상이 돼 온 것을 정상으로 돌리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해 1월26일 한나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상식이 무너지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으로 느껴지는 일들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 대통령의 생각에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까지는 정상적이었던 나라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비정상이 돼버린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작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민주정부 10년의 흔적을 지우고 나라를 예전의 시대로 되돌리는 것을 정상화의 중요한 요체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곳곳에서 과거회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지극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몰아붙이는 정상화 작업이 위험하게만 보이는 까닭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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