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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7 18:37 수정 : 2014.03.17 18:37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1998년 3월 어느 날 저녁, 행정자치부 고위 관리 몇몇과 출입 기자 대여섯 명이 저녁을 함께했다. 화제는 당시 관가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인사 문제였다. 무엇보다 김대중 정부가 공약한 지역 균형 인사가 화두였다. 자연히 호남 편중 인사가 도마에 올랐고, 광주·전남에 비해 전북은 상대적으로 뒷전이라느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때 한 관리가 나서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 정권이 호남정권이지 호북정권이간디?” 너무나 노골적인 지역 편중 발언에 격분한 한 기자가 거칠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저녁 자리의 흥은 이내 깨지고 말았다. 비록 농담이라며 자리를 수습했지만 이 발언을 한 주인공은 지금의 유수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간첩 혐의 증거조작 사건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탓”이라고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말을 바꿔 탄 사람일수록 심각한 ‘자기부정’의 분열증적 증상을 보이기 쉽다. ‘귀순자’의 충성심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몰라도 자신의 원래 출신이나 진영에 더욱 모질게 구는 모습도 종종 나타난다. 유수택 최고위원은 그 전형을 보여준다. 전남 영암 출신인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의 하나로 꼽힌다.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을 거쳐 공무원 퇴임 후에도 한국소방검정공사와 전남개발공사 사장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자 재빨리 말을 갈아탔다.

유 최고위원의 기민한 출세 전략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문제는 ‘망언 전문가’의 기질을 여전히 못 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증거조작을 놓고 새누리당 안에서 ‘음모론’ ‘중국 후진국론’ 등 엉뚱한 주장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으나 유 최고위원의 발언은 억지와 궤변의 극치를 이룬다. 당시 저녁 자리에 있었던 한 기자는 그의 발언을 접한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갑자기 토하고 싶어졌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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