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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8 18:52 수정 : 2014.04.08 18:52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며칠 전 세종시에서 새 청사 개관식을 했다.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홍릉 시대’를 마감하고 ‘세종 시대’를 연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참석해 새 출발을 성원했다.

40여년에 이르는 개발연구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개원 직후부터 주요 국가정책 과제를 맡아 연구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나라 경제 장기비전을 제시한 것 등이 그것이다. 작년에는 아시아 최고 두뇌집단에 뽑히기도 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선정).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인재도 많이 배출했다. 경제부총리나 장관, 경제수석을 지낸 사람이 제법 되고, 대학교수로 옮겨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정책 수립과 경제학 교육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개발연구원에는 그림자도 따른다. 역대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데 따른 업보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그랬던 성싶다. 몇몇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는데, 유신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메우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을 꽤 받았다. 1977년에 나온 ‘장기 경제사회발전 1977~1991년’ 따위 보고서가 여기 해당한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85년 3300달러, 91년 77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실적치는 2355달러, 7276달러에 머물렀다. 지금이야 이렇게 눈총받는 일이 드물다. 그럼에도 정권을 의식하는 자세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 않다. 지난해에도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정책방향’이란 세미나 등을 열었다. 한국 현실에서 국책 연구소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짐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을 지양해야 한다. 이젠 정권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보고 활동해야 한다. 김준경 원장은 ‘선도적 정책연구의 산실’과 ‘지식집약적 정책 집행의 지원자’를 넘어 ‘글로벌 지식·협력 허브’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의 당찬 포부가 허튼 얘기가 아니려면 자세 전환이 앞서야 할 듯하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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