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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2 18:48 수정 : 2014.04.23 01:02

인명이나 재산에 손상을 끼치는 대형 재난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모든 위험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위험은 국경이나 대상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은 민주적이다”라고도 했다. 그는 2008년 3월 방한해 “한국은 내가 지금까지 말해온 위험사회보다 더 심각한 ‘특별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울리히 벡에게 특별한 느낌을 준 까닭이 세월호 참사에서 잘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엄포성 메시지를 던졌다. 두 가지이다. 우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했다. 또 하나는, 강력한 재난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승객을 버리고 먼저 빠져나온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 등 직접적인 사고 원인 제공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마땅하다. 그러나 사고 발생 뒤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재난 대응체계의 총체적 부실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는 정부의 기본 임무이다. 헌법 34조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 요건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전까지 국무총리실 누리집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재난관리 국정과제 세부내용’이란 게 있었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예방 중심의 선제적 재난관리 및 재난 대응 컨트롤기능 강화’ 등 번지르르한 수사들로 가득 찼다.

세월호 사태에서 확인된 ‘국가의 배임’은 온 국민을 더욱 좌절감에 빠뜨리고 있다.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위험 요소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감정이 팽배’한 경우를 특별한 위험이라고 했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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