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문학사상 / 최재봉 |
한국 문학에 고유한 특성 중 하나는 문학잡지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독자가 문학작품을 접하는 통로는 단행본이기 십상이지만, 책으로 묶이기 전에 먼저 발표되는 장은 문학잡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학 단행본을 내는 규모 있는 출판사들이 거의 다 문학잡지를 발행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존하는 문학잡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55년 1월호로 창간된 월간 <현대문학>이다. 지난해 4월호로 지령 700호를 넘어선 이 잡지는 내년 1월 갑년을 맞는다. 그러나 지난 연말 작가들의 원고를 검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는 1968년 11월에 창간된 <월간문학>과 1969년 4월에 나온 <현대시학>이 뒤를 잇는다. 1966년에 <창작과 비평>, 1970년에 <문학과 지성>이 창간되면서 한국 문예지 지형도는 월간지에서 계간지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지금도 <세계의 문학> <문학동네> <실천문학> <문예중앙> 같은 계간 문예지들이 작품 발표와 문학 담론 장으로서 주도적 구실을 한다.
그럼에도 월간 문예지의 역할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월간문학>이 한국문인협회 기관지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며 <현대시학>이 시 전문지로서 어쩔 수 없는 장르적 한계에 갇혀 있는 가운데, 1972년 10월호로 창간된 <문학사상>이 <현대문학>과 함께 월간 종합 문예지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문학사상>은 창간 초기 슈테판 게오르게, 루이제 린저, 외젠 이오네스코 같은 외국 저명 문인 초청 강연회를 마련해 독자들 사이에 문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특히 1977년에 제정한 이상문학상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수상작과 우수작을 한데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그해 한국 문학이 생산한 최상급 중단편소설을 망라했다는 평을 들으면서 꼬박꼬박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했다. <문학사상>이 6월호로 통권 500호를 맞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