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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사회자본으로서의 아버지 / 여현호 |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사회학과의 제임스 콜먼 교수가 1966년 의회에 보고한 ‘교육기회 균등에 대한 콜먼 보고서’는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콜먼 보고서 이전까지 교육정책 담당자나 교사, 학부모 등은 학교 도서관의 장서 수나 시설, 학급당 학생 수, 교과과정, 교사의 급여 수준 등 이른바 ‘학교효과’가 학업 성과를 결정짓는다고 믿고 있었다. 콜먼 교수 연구팀이 2년간 미국 전역 4천여개 학교의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 62만5천여명, 교사 6만명을 대상으로 100여개의 변인들을 연구해 내린 결론은 이와 전혀 달랐다. ‘학교효과’는 고작 30%의 영향에 그칠 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실제로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것은 ‘학생의 가정환경’과 ‘친한 급우의 가정환경’ 두 요소였다.
콜먼은 이를 사회자본이론(social capital theory)으로 발전시켰다. 콜먼의 사회자본이론은 자녀 교육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콜먼은 부모의 학문적 능력이나 교육적 지식,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 등 이른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은 부모와 자녀 간의 밀접한 관계 형성을 통해서만 자녀의 지적·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끼치며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하는 시간과 배려, 관심 등 부모-자녀 간의 관계 자체가 인적 자본의 생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사회자본이라는 것이다.
생활이나 학습지도 등 아버지의 참여가 자녀 교육에서 중요한 자원인데도,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국의 현실에 비춰 말하면, ‘아빠의 무관심’이나 ‘아버지 부재’가 자녀의 성공이나 교육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기는커녕 아예 연락을 끊었다는 공개비판을 친딸로부터 들은 교육감 후보가 있다. 아버지로서는 물론 교육정책 담당자로서도 뼈아프겠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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