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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4 18:26 수정 : 2014.06.24 23:13

프래깅(fragging)은 상관이나 동료 병사를 살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미군의 은어다. 은어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전 때다. 무리한 명령을 남발하거나 가혹행위를 가하는 장교의 막사에 사병들이 프래그(frag)란 은어로 불렸던 M26 세열수류탄(fragmentation grenade)을 던져넣어 살해한 데서 비롯됐다. 미군의 비전투 인명 손실 통계를 보면, 베트남전 기간에 최소한 230명의 장교가 동료 군인에게 살해됐으며, 1400여명의 사망에 대해서도 그런 의심이 남아 있다고 한다.

프래깅은 베트남전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라크전 발발 초기인 2003년 3월 쿠웨이트 북부 사막의 미 제101공중강습사단 숙영지에서 하산 카림 악바르 병장이 동료가 잠자던 막사 3곳에 수류탄 4개를 던지고 총을 난사해 장교 2명을 살해하고 동료 병사 14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흑인과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것이 범행 동기였다고 한다. 2005년 6월에도 이라크 티크리트의 전방작전기지 장교 막사에서 클레이모어와 수류탄이 터져 장교 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장교의 강압적 지휘에 대한 병사들의 불만이 원인일 것으로 분석됐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군에서도 동료 살해로까지 이어진 총기사고가 적지 않다. 1980년 이후만 따져도 21일 강원도 고성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10여건이다. 총기자살 사건도 매년 서너건 이상이다. 이런 사건은 대부분 재래식 병영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접적 폭력은 과거보다 줄었다고 해도, 기수 열외 따위 정신적·육체적 가혹행위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거듭된 총기사고 때마다 병영문화의 개선을 위한 대책이 이어졌지만 병사의 인권을 존중하고 세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문화는 아직 제자리를 못 잡은 탓이다. 이번 사건의 해법도 군 기강을 강조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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