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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1 18:23 수정 : 2014.07.02 11:10

영국 브리스틀대학에서 닭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노란 옥수수와 푸른 옥수수를 모이로 주면서 푸른 옥수수에는 몸을 아프게 하는 화학물질을 발라 놓았다. 닭들은 곧바로 푸른 옥수수는 피하고 먹지 않았다. 이 닭들이 병아리를 까고 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두 색깔의 옥수수를 뿌려 놓았더니 어미 닭은 병아리들에 푸른 옥수수를 먹지 못하게 했다. 이 대학 크리스틴 니콜 교수는 “닭들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것은 편견”이라며 “산술 능력 등을 포함해 많은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 시력의 해상도가 100만 화소라면 닭을 비롯한 조류는 500만~600만 화소 정도라고 한다.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세상을 이미지화하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닭이 매일 모이를 주는 주인을 몰라보는 것도 멍청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주인 옷차림 등의 조그만 변화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즐비하지만 그래도 닭대가리니 새대가리(bird brain)니 하는 말이 동서양에 똑같이 있는 것을 보면 닭의 처지도 참 불쌍하다.

건망증을 소재로 한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닭치고(高)’ 코너가 첫회부터 인기 폭발이라고 한다. 교실에 걸려 있는 ‘지난 일을 잊자’라는 교훈이나, 자퇴한 불닭 학생이 곧바로 전학생으로 돌아오지만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등의 이야기가 최근의 정국 상황을 연상시키며 배꼽을 쥐게 한다. 닭치고 코너의 소재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 같다. 2005년 4월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 등으로 확대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인사청문회 탓을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이 코너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벌써 나오고 있다. 국민은 ‘닥치고 따르라’는 게 이 정부의 구호 같으니 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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