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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0 18:40 수정 : 2014.09.11 11:06

성서에 나오는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 <세븐>에서 첫번째 희생자는 평소 폭식을 해온 사나이다. 폭식(탐식)은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정욕과 함께 7대 죄악에 포함된다. 가톨릭에서는 이 7가지 죄악을 모든 죄의 근원 내지 씨앗이라고 해서 ‘칠죄종’이라고 부른다. 폭식은 단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호화로운 음식을 먹는 것, 과도하게 먹는 것, 까다롭게 가려서 먹는 것, 게걸스럽게 먹는 것,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먹는 것 등으로 폭식의 유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16세기 독일의 신학자 페터 빈스펠트는 각각의 죄악을 대표하는 악마들을 선정했는데,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폭식의 악마는 거대한 파리의 형상을 한 ‘벨제붑’이다.

영화 ‘세븐’ 포스터.
에른스트 레너와 요하나 레너가 지은 <악령, 악마, 마법: 미술가들을 위한 244개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폭식의 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옥에서 강제로 쥐, 두꺼비, 뱀을 먹게 된다고 그렸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생전에 목구멍의 쾌락에 탐닉한 혼들이 가는 곳은 역피라미드의 원추형으로 이뤄진 9개 층의 지옥 중 3층 지옥(폭식 지옥)이다. 비를 흠뻑 맞아 생쥐 꼴이 된 죄인들은 시궁창에 처박히고 배설물 더미 속에서 뒹굴며 음식물 찌꺼기로 배를 채운다. 세 개의 주둥이를 지닌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가 이빨을 드러내며 아들을 물어뜯고 있다. 그곳에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에게 말을 건 차코(Ciacco)라는 사람이 있는데, 차코는 이탈리아말로 ‘돼지’라는 뜻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의 단식농성장 옆에서 피자와 치킨 등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은 단순한 폭식의 죄악을 뛰어넘는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파리 모습을 한 거대한 벨제붑 악귀였다. 이 천인공노할 죄의 값을 과연 어떻게 치르려는가.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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