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06 19:18
수정 : 2015.05.06 21:27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6)는 야구팬으로 유명하다. 오사카와 고베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고시엔 구장을 자주 찾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당연히 한신 타이거스 팬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도쿄로 왔을 때 야쿠르트 스왈로스(당시 산케이 아톰스) 팬이 됐다. 진구 구장의 외야 잔디밭을 뒹굴며 맥주와 함께 야구를 즐겼다. 경기는 3번에 2번꼴로 졌다. ‘인생은 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1968년 반전 시위로 도쿄 신주쿠역이 점거됐다. 하지만 하루키는 정치보다 야구가 관심이었다. 1978년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그는 야쿠르트를 응원하러 갔다가, 1회 선두타자가 “딱!” 2루타를 치자 문득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해 만년 꼴찌팀 야쿠르트는 2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 무렵 29살의 하루키는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썼다.
하루키의 소설은 클래식 음악과 뗄 수 없다. <1Q84>에는 야나체크 작곡의 ‘신포니에타’가 흘러나온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소개한다. 공전의 히트작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에선 브람스 교향곡 4번을 거론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해변의 카프카>에선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17번을 들려준다. 그래서일까.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도 점점 잦다. 이달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있을 ‘하루키 뮤직룸’도 그런 행사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이야기손님으로 나오고, ‘디토 오케스트라’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연주한다. 이어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나오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 곡이 흐른다.
하루키의 야구 관전이 주로 외야에서 이뤄졌듯, 그의 소설도 종종 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외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소개한 클래식 음악은 “딱!” 소리가 나는 야구장 한복판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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