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12 18:48
수정 : 2015.05.12 18:48
금융서비스 회사인 프루덴셜은 지난해 10월 영국의 부부들이 돈 문제에서 서로 간에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지를 알아본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섯에 한 명(남편 22%, 아내 16%)꼴로 배우자가 모르는 비밀 계좌를 갖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평균 2만800유로(약 2550만원)에 이르렀다. 비밀 계좌를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배우자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기 위해’(22%) 등의 답변이 많았으나, ‘결혼 생활이 파경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해서’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런 답변은 여성(24%) 쪽이 남성(11%)에 비해 훨씬 높았다.
부부간에 돈 문제에서 솔직하지 않은 것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에서 전문가들은 ‘금전적 부정’(financial infidelity)이라고 부른다. 비밀 은행 계좌나 현금 뭉치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배우자 몰래 돈을 쓰거나 빚을 지는 일, 그리고 배우자가 모르는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것도 금전적 부정에 해당한다. <금전적 부정>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정신치료 의사 보니 이커 와일은 “금전적 부정행위는 육체적 외도만큼이나 부부 관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기혼자의 62%가 배우자의 비밀 은행 계좌를 ‘중대한 신뢰 위반’으로 여겼으며, 11%는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당 대표 경선 기탁금을 아내의 비자금에서 냈다”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억대의 현찰을 대여금고에 쌓아놓았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의문거리로 떠오른데다, 스스로 공금 횡령 혐의 등을 실토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는 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푸념도 나올 법하다. “우리 집사람은 나를 도와줄 비자금 좀 안 갖고 있나?”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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