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24 18:38
수정 : 2015.06.24 18:38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회의다. 바티칸 안의 시스티나성당에서 검은 연기가 오르면 미결, 흰 연기가 오르면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55~1989년 재임)과 클라우디오 아바도(1989~2002년 재임)는 음악계에선 교황급이다. 그래서 이 악단의 수석지휘자 선출은 ‘음악계의 콘클라베’에 비유된다. 수석지휘자는 단원 120명이 투표와 토론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 뽑는다. 지난달 11일 단원 투표 결과는 ‘검은 연기’였다. 미결이다.
40여일 뒤인 22일(현지시각) 우여곡절 끝에 새 지도자가 나왔다. 차기 수석지휘자는 키릴 페트렌코(43)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음악총감독이었다. 모두 놀랐다. 이 오케스트라 최초의 유대계, 최초의 러시아 출신 수석지휘자였다. 지난달 투표 당시 페트렌코는 유력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클래식 전문가들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안드리스 넬손스(37)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음악감독인 크리스티안 틸레만(56)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난상토론 끝에 선출이 무산된 뒤, 페트렌코 쪽으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페트렌코는 세세한 음까지 조정하는 완벽주의자다. 1995년 데뷔한 이래 독일·오스트리아의 오페라극장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다. 그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페테르 외트뵈시 등으로부터 지휘를 배웠다고 외신은 전한다. 정 감독과 페트렌코의 음악적 인연은 이탈리아 시에나의 키자나 음악원(Accademia Musicale Chigiana)에서 개최하는 여름 아카데미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 직책을 맡지 않은 정 감독은 2~3차례 이 음악원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흔히 지휘자들은 유명해진 뒤, 마스터클래스를 받은 내용을 경력에서 삭제한다. 그래서인지 페트렌코는 어디에서 마스터클래스를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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