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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05 18:45 수정 : 2015.10.05 18:45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명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회고록 <세계의 위기>도 숨은 걸작으로 꼽힌다. 1923년부터 1931년까지 5부로 나눠 출간된 <세계의 위기>는 전쟁에 대한 묘사와 분석 못지않게, 패전과 실수로 점철된 해군장관 시절 등에 대한 변명과 정당화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 가운데 한 대목이 전후 독일을 경악하게 했다. 처칠은 회고록에서 영국 해군이 1차대전 초반에 이미 독일의 암호를 모두 해독하고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기술했다. 사정은 이랬다. 1914년 8월26일 새벽 발트해의 암초에 독일의 경순양함 마그데부르크호가 좌초했다. 함장은 암호책 2권을 납에 묶어 급히 바다에 던졌지만, 러시아 잠수사가 며칠 뒤 이를 건져냈다. 러시아는 9월 초 처칠 장관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고, 10월에 암호책을 전달받은 처칠은 해군 암호 해독반인 ‘40호실’로 넘겼다. 40호실은 8월 초 태평양에서 나포한 독일 화물선에서 유보트와 비행선이 쓰던 암호책 ‘무역통신서’를 입수한 터였고, 11월 말에는 북해에 침몰한 독일 구축함이 바다로 던진 외교용 암호책까지 확보했다. 독일의 움직임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방위 암호해독체계를 갖춘 셈이다.

처칠의 회고록을 보고서야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독일 해군은 2차 대전을 앞두고 일찍부터 암호체계의 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난공불락의 암호라던 에니그마와 그에 뒤이은 트리톤 등을 앞세운 독일 해군은 2차 대전에서 연합군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

올해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국가기밀 누설 논란을 일으키더니, 최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낸 회고록이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나 남북 간 핫라인 등 국가기밀을 함부로, 그것도 부정확하게 언급한 탓이겠다. 김 전 원장은 이전에도 기밀누설 논란의 당사자였다. 왜 자꾸 그러는지 의아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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