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0.25 18:47
수정 : 2015.10.26 15:27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아기 예수’(엘니뇨)가 올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지역에 높은 해수온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가리킨다.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란 말이지만, 동태평양 연안 어민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풍어가 오는 것을 보고 아기 예수에 빗대 하늘에 감사한 데서 유래했다. 올해 기상 데이터는 1997~1998년에 닥쳤던 엘니뇨보다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올 것을 예측하고 있다.
당시 엘니뇨로 인도네시아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산불이 3개월 지속돼 30만㏊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2000만명이 호흡기와 눈 질환에 시달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8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대기록이 세워졌으며,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아래에는 평소 없던 열대어들이 나타났다.
올해도 이미 엘니뇨로 인한 위험기상들이 잦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7월부터 또다시 대규모 산불이 번져 이웃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항공기 이착륙을 지연시켰다. 8월 말에는 태평양에서 슈퍼태풍 3개가 동시에 발생했다. 기상 관측 사상 초유의 일로, 기상학자들은 엘니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가뭄도 세계적 기상 변화의 하나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계 보험회사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1980년대 이래 재산피해 규모로 본 세계 10대 자연재해 중 9개가 최근 10년에 발생했다. 그사이 세계 500위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70만배가 늘었다. 그중 40여개가 기상·기후 분야에 쓰이고 있다. 올해 말 설치가 완료되는 우리나라 기상 슈퍼컴 4호기도 2000년에 도입한 슈퍼컴 1호기에 비해 계산 성능이 3만배 높아졌다. 슈퍼컴 4호기는 우리·누리·미리 삼형제로 구성돼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자연의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이란 뜻이란다. 정확한 날씨 예보가 기대되지만, 인간과 자연의 경주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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