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02 18:43
수정 : 2015.11.02 18:43
‘조성진 열풍’이다.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은 ‘클래식음악계의 노벨상’에 비견된다. 지난달 인터넷 생중계로 결선 연주곡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지켜본 이들은 “콩쿠르 연주라기보다는 콘서트에 가까웠다”는 찬사를 보냈다. 조성진 열풍은 콘서트와 실황 앨범 예약 경쟁으로도 증명됐다. 내년 2월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는 지난달 29일 예매 시작 50여분 만에 25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이달 6일 발매되는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은 2일 현재 교보문고와 알라딘 등 인터넷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유, 에프엑스, 시아 준수 등 아이돌 가수까지 가볍게 제친 것이다.
조성진의 우승 효과는 내한하는 ‘선배 쇼팽 스페셜리스트’에게 이어졌다.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중국의 윤디 리(33)가 지난 10월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201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아의 율리아나 아브데예바(30)는 오는 8일 같은 곳에서 연주회를 연다. 특히 윤디는 이번 쇼팽 콩쿠르의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조성진의 결선 연주에 10점 만점에 9점을 줘 국내 팬들의 호감도가 높았다.
하지만 윤디는 최악의 연주 중단 사태라는 오명을 남겼다. 30일 서울 콘서트에서 그는 조성진이 결선에서 들려줬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자로 나섰다가 실수를 연발했다. 1악장에서 악보를 놓치는 바람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멈추게 하였다. 2, 3악장은 허겁지겁 연주를 끝냈다. “몸이 아프다”고 했지만 연습부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연주를 망친 뒤 윤디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핼러윈 인증샷’을 올려 관객을 더욱 화나게 했다.
조성진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선배 쇼팽 스페셜리스트’를 통해 똑똑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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