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9 19:19
수정 : 2015.12.09 19:19
천재지변이 빈번한 일본에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세 가지가 있는데, 번개·화재·친아버지다”라는 속담이 있다. 번개는 보통 구름에서 생긴다. 고온다습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나 구름이 만들어질 때 마찰로 플러스 전기(양전하)를 띤 입자와 마이너스 전기(음전하)를 띤 입자가 생겨난다. 두 전하의 힘이 점점 커져 임계치를 넘으면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방전이 일어난다. 이것이 번개다. 번개는 구름 속, 구름과 구름 사이, 구름과 대기 사이,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난다. 구름이 한쪽 전하를 머금으면 대지에서는 반대 극의 전하가 대전됐다가 어느 순간 번개가 발생하는데, 이 네 번째 ‘슈퍼 정전기 현상’만을 가리켜 벼락 곧 낙뢰라 한다.
낙뢰는 금속성 여부와 상관없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 곳에 잘 떨어진다. 역이용한 게 피뢰침이다. 하지만 기초전력연구원이 2000~2006년 발생한 204건의 낙뢰사고를 분석해보니, 피뢰설비가 설치된 곳(53%)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연구자는 벼락이 떨어질 만한 곳에 피뢰침을 설치해서일 거라 풀이했다.
온난화 탓에 대기 수증기가 늘어 비구름이 잘 생겨나면서 낙뢰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벼락 맞을 확률’도 높아진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이 계산한 바로는 연간 주택 200채 가운데 하나가 뇌격을 받으며, 28만명 중 한 사람이 벼락을 맞는다. 로또 1등 확률 814만5060분의 1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1926~2004년 78년 동안 209명, 2000~2006년 7년 동안 27명이 낙뢰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연평균 3~4명꼴이다.
미국 번개안전연구원 집계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5배 정도 더 낙뢰를 잘 맞는다. 번개가 치는데도 무모하게 골프·낚시 등 야외활동을 하는 ‘바보’라서란다. 겨울철 낙뢰는 전체의 1%도 채 안 되지만, 올겨울 눈·비가 많이 온다 하니 조심할 일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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