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27 18:38
수정 : 2016.01.27 18:38
올겨울 엘니뇨와 북극 한파의 한판 승부는 엘니뇨의 승리로 마무리될 모양이다. 엘니뇨 현상은 태곳적부터 있었지만 엘니뇨가 과학연구 테마로 진입한 건 오래지 않다. 인도 기상청장을 지낸 영국인 수학자 길버트 워커는 인도양에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해면 기압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수만㎞ 떨어진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섬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 섬은 시소처럼 한 곳 기압이 올라가면 다른 곳 기압이 내려갔다. 워커는 1927년 논문에서 ‘남방진동’이라 불렀다.
1960년대 말 미국 기상학자인 야코브 비에르크네스는 엘니뇨와 남방진동이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물리현상임을 밝혔다. 이듬해 엘니뇨라는 말이 <뉴욕 타임스>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알려졌다. 남미대륙 서안의 동태평양 해저에서 찬 바닷물이 솟아오르면(용승) 서태평양과 동태평양 사이의 기압 차에 의해 생성된 남동무역풍이 바닷물을 인도네시아 쪽으로 이동시키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를 ‘워커 순환’이라 한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의 용승이 약해져 평소보다 해수면이 따뜻해지고 이로 말미암아 무역풍이 약화하거나 거꾸로 불어 서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으로 확장되는 이상 현상을 가리킨다.
1982년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과학자들의 관심은 높아졌음에도 정작 그해에 시작된 엘니뇨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엘니뇨 발생은 제대로 예견되고 있지만 세계는 아직 엘니뇨 양상과 지속기간, 그로 인한 재해 종류와 지역, 피해 규모 등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1876~1878년과 1896~1902년의 강한 엘니뇨가 낳은 가뭄과 기근으로 중국·인도·브라질에서만 최소 3170만명에서 최대 61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년째 가뭄이 이어지는 올겨울 엘니뇨의 승리가 두려운 이유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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