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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코테일 효과 / 여현호 |
코테일(coattails)은 프록코트의 길게 늘어진 뒷자락을 뜻하지만, 선거에서 같은 당의 후보자들을 함께 당선시키는 대통령이나 유력자의 정치적 영향력을 일컫기도 한다. 1848년 미국 휘그당(공화당의 전신)이 멕시코전쟁의 영웅인 재커리 테일러 장군을 대통령 후보로 깜짝 영입하자, 민주당 쪽이 “군복 코트 자락에서 피난처를 찾는다”고 비난한 데서 비롯됐다. 공화당 하원의원이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민주당은 잭슨 장군(1815년 미영전쟁의 영웅으로 7대 대통령)의 넉넉한 군복 코트 자락을 기억하지 못하는가?”라는 반박 연설을 하면서 이 말을 정치 관용어로 만들었다.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19세기 미국에선 정당별로 자당 후보자들에게 미리 기표한 투표용지를 유권자들에게 나눠줘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 투표용지는 지금처럼 뽑을 자리별로 후보를 열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칸에 특정 정당의 모든 후보를 다 기재했다. 같은 당 후보에게 모두 투표하는 일괄투표가 당연했으니, ‘코트 자락을 타고 등원한다’는 ‘코테일 효과’는 일반적이었다.
요즘에도 대통령의 후광이 발휘되는 코테일 효과는 있다. 트루먼(1948), 아이젠하워(1952), 존슨(1964), 레이건(1980), 오바마(2008) 대통령 때의 선거가 그런 경우다. 반면에 19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참패한 데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오히려 표를 갉아먹은 ‘역코테일 효과’도 있었다. 사전 여론조사에선 클린턴이 한 일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자의 60% 정도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는 ‘친박’이라고 한다. ‘진박’을 대놓고 내세우는 꼴불견도 많다. 코트 자락이 아니라도 치맛자락 효과를 기대한 것이겠다. 반면, 여든 야든 지원 유세에 부를 만한 득표력 있는 거물이 없다는 한탄도 많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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