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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4 18:24 수정 : 2016.04.24 19:17

“진실, 온전한 진실, 다른 무엇도 아닌 오직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합니까?” “선서합니다.” 미국 법정의 증인 선서는 ‘진실’이라는 압운을 점점 길게 세 차례 반복하면서 진실을 말하도록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여기서 ‘온전한 진실’(the whole truth)은 ‘부분적으로만 진실일 뿐 전체적으론 오히려 거짓에 가깝다면 진실이 아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 자체로는 진실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전체로는 거짓말과 다름없는 부분진실은 자주 볼 수 있다. 총선 직전 ‘북한 정찰총국 대좌의 지난해 탈북’ 보도를 바로 확인해준 것이 ‘북풍’으로 지목되자, 국방부는 “청와대 ‘지시’가 아니라 유관기관 ‘협의’ 결과”라고 했다. 유관기관에 청와대가 들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양쪽 관계가 뻔한 터에 ‘눈 가리고 아웅’이다.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22일 청와대 관제 시위 의혹에 대해 “지시가 아니다. 우리는 협의를 했고…”라고 말했다. 아는 사이인 청와대 행정관과 의논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지시가 떨어지면 (단체들 사이에) 경쟁이 붙는다”고 했다. ‘지시’를 ‘협의’로 우기려다 발이 엉킨 꼴이다.

거짓말에는 왜곡과 은폐 외에도 사실 중 일부만을 말하는 반쯤 숨기기, 확실한 답변을 피하는 회피 등이 있다.(폴 에크먼 <거짓말 잡아내기>) 어버이연합이 드러난 사실과 감추려는 진실 사이에서 안간힘을 쓰며 숨기려는 경우라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나 “확인할 수 없다”며 입을 닫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피’에 해당한다. 어느 쪽이건 거짓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혀가 굳어버리고 정신이 먹먹해져 아무 할 말이 없는 상태에서 멍하게 입을 닫고 있는 ‘아둔한 침묵’”(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침묵의 기술>)에 빠진 것이겠다.

여현호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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