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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소리꾼 김명곤 / 손준현 |
“‘아리랑’이라는 조각배를 띄운다. 이 배가 순조롭게 떠갈지, 암초에 부딪힐지 우리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선원 모두가 익사할 때까지, 또 이 배가 다른 배로 바뀌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할 때 김명곤(64) 대표가 한 다짐이다. 아리랑은 전통연희 재창조와 시대정신 공유를 내걸고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마법의 동물원>, <첫사랑>, <대한민국 김철식>, <정약용 프로젝트>, <락희서울> 등의 명작을 남겼다. 극단 아리랑은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8일 극단 아리랑은 똑같이 30돌을 맞은 극단 작은 신화,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서울연극협회로부터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배우, 작가, 연출가 김명곤은 국립중앙극장장(2000~05)과 문화부 장관(2006~07)을 거쳐 지금은 세종문화회관 이사장(2015~)으로 있다. 하지만 대중의 대뇌피질에는 영화 <서편제>의 소리꾼 유봉으로 깊이 주름 잡혀 있다. “한이 있어야 소리가 나오는 것이여”라며 유봉은 의붓딸 송화(오정해 분)의 눈을 멀게 한다. 딸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담겼다. 롱테이크로 잡은 ‘진도 아리랑’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회자한다. 그래서 김명곤은 명창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박초월 명창으로부터 직접 10여년 동안 소리 수업을 받았지만, 자신은 전문 소리꾼이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소리꾼 김명곤이 20여년 만에 무대에서 판소리를 선보인다. 직접 대본을 쓰고 작창한 판소리 ‘금수궁가’로 오늘의 수궁가라는 뜻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수궁의 ‘용왕’과 폭압적 산중왕 ‘호랑이’를 권력자로 그린다. 젊은 소리꾼 안이호(36), 국립창극단 박자희(32)가 김명곤과 함께한다.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남산국악당에서 19, 20일 공연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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