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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청문회 / 박찬수 |
‘청문회’(Hearings)란 미국 의회에서 입법과 정책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기본적인 상임위 활동이다. 청문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강제성을 띤 증인 소환이다. 정부 관료나 전문가, 관련 단체 인사 등을 불러 증언을 듣는데 만약 응하지 않으면 상임위 의결로 소환할 수 있다. 청문회 속기록은 의회 자료 가운데 가장 가치 있고 내용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의회도서관은 현재 구글과 손잡고 7만5천권 분량의 역대 청문회 속기록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 의회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그 주의 청문회 일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번주 미국 상원의 청문회 일정을 보면 월요일인 23일에 1건, 24일 8건, 25일과 26일에 각각 6건의 청문회가 열린다고 예고돼 있다. 우리나라는 17대 국회 11차례, 18대 9차례, 19대 11차례의 청문회를 열었다. 4년간 연 청문회가 미국 상원의 1주일 청문회 횟수보다 적다.
‘청문회를 자주 열면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청와대 논리의 허구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미 상원 군사외교위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유엔군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당한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를 불러 해임의 적절성을 따지는 청문회를 열었다. 비공개라고는 하지만 전쟁 중에 직전 총사령관을 불러 청문회를 여는 건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국회에 청문회가 도입된 건 1988년 13대부터다. 야당의 강력한 요구로 그해 11월 5공화국 비리와 권력남용을 조사하는 ‘5공 청문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했는데 시청률이 일일연속극보다 높았다. 무명의 초선이던 노무현 의원은 날카로운 추궁으로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고, 이것이 훗날 노무현 대통령을 있게 한 밑바탕이 됐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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