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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8 17:59 수정 : 2016.07.18 19:15

부패는 빙산과 같다고 한다. 빙산의 윗부분에 노출돼 어떻게든 해결될 부패가 있다면 그 아래엔 미해결 상태의 부패가 있고, 수면 아래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패도 있다. 그래서 부패의 실체는 확인하기도 어렵고, 그 규모도 보도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된다.(김영종, <부패학: 원인과 대책> 등)

빙산의 일각일 수 있는 진경준 검사장
빙산 모형(iceberg model)으로 부패 정도를 측정하려는 시도도 있다. 빙산의 위에서부터 형사사건으로 번진 부패, 내부 조사를 받는 부패, 동료들이 눈치를 챌 정도의 부정, 사소한 일탈 행위 등이 차례로 쌓여 있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경찰의 경우 1999~2000년 내부 조사 1550건 가운데 1.6%인 25건이 형사적 부패 사건으로 드러났다. 그 비율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한 지역 경찰관 755명에 대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4%가 지난 1년 사이 동료의 뇌물 수수 등 독직 행위를 눈치챘다고 답했다. 직권 남용으로 가족·친구에게 특혜를 준 것을 인지했다는 응답이 19%였고, 편파적 업무 처리를 봤다는 응답도 59%였다. 일반 근로자 조사에선 그런 응답이 각각 7%, 33%, 73%였다.(레오 휘버르츠 등 <부패의 측정: 빙산 탐험>) 부패가 거의 없다는 네덜란드에서 그랬다니 딴 나라는 오죽하겠는가.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의 혐의 가운데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사건을 ‘내사 종결’한 뒤, 처남이 급히 세운 청소용역 회사에 한진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는 의혹이 있다. 사실이면 떡값이나 전별금, 술값 스폰서 정도라던 검찰의 부패가 사익에 검찰권을 동원한 심각한 독직 행위로 악화한 게 된다. 공직 ‘경력’을 앞세워 사익을 추구한 전관예우와 달리, 공직의 ‘현재 힘’을 과시한 사익 추구라는 점에서 더 악성이다. 부패를 수사할 검찰이 내부 부패에 오염됐으니 더 기막히다. 수면 아래 부패는 또 얼마나 클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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