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햄릿’ 유인촌 |
<햄릿과 마주보다>를 쓴 이윤택 연출은 “햄릿을 안 해 봤으면 연극을 논하지 말라고 할 정도”라며 <햄릿>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가에겐 ‘고쳐 쓰고 또 고쳐 써 봐야 할’ 필생의 텍스트이고, 배우에겐 ‘꼭 거쳐야 할’ 필수 캐릭터다. 1951년 이해랑은 번역본 <햄릿>을 처음으로 전막 공연했다. 당시 주인공은 ‘영원한 햄릿’ 김동원이었다. <햄릿>은 시대에 따라 ‘변주’를 거듭했다. 1970년대에는 <하멸태자>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고, 1980년대엔 군부독재와 맞섰던 기국서 연출의 사회극 <햄릿> 연작이 대세였다. 90년대엔 이윤택 연출이 사회성에 신화성과 심리극적인 요소를 종합한 <햄릿>을 들고나왔다. 이들뿐이랴. 김정옥, 김명곤, 양정웅, 박근형 등 쟁쟁한 연출가들도 자신만의 햄릿을 선보였다.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햄릿>이 올라가고 있다. 햄릿 역 유인촌, 오필리어 역 윤석화를 비롯해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한명구 등 앞으로 한 무대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객석에선 평균 나이 66살의 명연기에 박수가 쏟아졌고 8월7일까지 좌석은 동난 지 오래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햄릿의 매력은 뭘까. 햄릿 배우 출신의 연출가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지식인의 힘”을 꼽았다.
여섯 번째 햄릿 역을 맡은 유인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후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강부자·고소영 내각’으로 불리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코드인사’를 밀어붙였다. 유인촌 장관 시절 김윤수·황지우·김정헌 등이 대거 해임되면서 문화예술계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2016년 7월, ‘햄릿 유인촌’이 무대에서 “뒤틀린 세상, 나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태어났구나”라는 대사를 외칠 때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