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2 17:57
수정 : 2016.08.02 19:50
드라마 <시그널>에서 탤런트 이제훈이 연기한 프로파일러 박해영 경위는 경찰대 출신이다. 그는 경찰대 몇 기일까. 2015년에 27살로 일선 경찰서에 첫 보직을 받았으니 대략 28기쯤이라고 경찰대 출신들은 말한다. 경찰대 2기 출신인 강신명 경찰청장의 26년 후배인 셈이다.
박해영 경위는 성격은 까칠하지만 사회정의에 대한 남다른 신념과 열정을 지닌 경찰이다. 그래서 과거의 형사 이재한 경사(조진웅 분)와 환상의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명석한 머리에 권력에 굴하지 않는 신념과 불타는 열정을 갖춘 엘리트 경찰. 강신명 청장도 26년 전에는 그랬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경찰대 출신 첫 치안 총수에 대한 큰 기대와 달리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강 청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경찰의 위상은 더 떨어졌고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강 청장은 1일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바람직하며 그 주체는 경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출하는 검찰 개혁 요구를 겨냥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만, 사실 강 청장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경찰은 2011년 7월 경무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을 의욕적으로 발족했다. 그러나 그 뒤 조직은 흐지부지됐고 강 청장은 팀 자체를 아예 없애버렸다. 박근혜 정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전혀 관심이 없음을 간파한 결과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연구관실 안에 경정급이 계장을 맡아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런 강 청장이 이제 와서 수사권 조정을 이야기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그의 재임 기간 경찰은 더욱 확실히 ‘권력의 푸들’이 됐고, 일선 경찰관들의 일탈 행위까지 줄을 이었다. 권력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경찰, 정치적 곁눈질 없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뛰는 경찰을 염원하는 수많은 ‘박해영’에게 강 청장은 부끄러운 선배일 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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