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5 16:55
수정 : 2016.08.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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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특설대(조선인부대) 초창기 간부들의 사진. 서해문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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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특설대’는 일제가 항일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괴뢰정부 만주국 산하에 만든 특수부대다. “조선인은 조선인으로 상대한다”는 발상으로 만들었으며, 자원한 조선인이 중심이 됐다. 이들은 조선인·중국인으로 이뤄진 동북항일연군에 대한 토벌 작전을 주로 수행했고, 1943년부터는 러허성, 허베이성 등으로 이동해 중국 공산당 팔로군과 싸웠다. 부대 창설 이래 108차례 전투를 치러 172명을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때문에 민족문제연구소는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을 지닌 이들을 사병이라도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올렸다. 반면 일제는 만주국 훈장으로 이들을 치하했다. 창설 요원 김백일과 신현준은 각각 훈5위, 훈6위 경운장을 받았다. 정보반 주임으로 활약한 김석범은 훈6위 주국장을, 중대장을 지낸 송석하는 훈5위 경운장을 받았다.
일제 패망 뒤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빨치산 토벌’ 등의 전과를 바탕으로 삼아 높은 지위와 영예를 누렸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훈장을 받았다. 최근 <뉴스타파>가 밝힌 내용을 보면,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군인들 가운데 14명이 대한민국 정부 훈장을 받았다. 해병대 초대 사령관 신현준은 9개,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백선엽은 7개의 훈장을 받았다. 김대식, 김석범, 송석하 등도 6~7개씩 훈장을 받았다.
일제의 침략전쟁에 자원해 동포들이 대거 포함된 항일운동 세력을 토벌한 공로로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훈장을 받은 친일 인사들이, 해방 뒤에는 ‘전쟁영웅’으로 대한민국으로부터도 훈장을 받았다. 그것은 극심한 좌우 이념 대결 속에서 ‘빨갱이 때려잡기’를 지고의 가치로 부추긴 권력자들이 준 면죄부였다. 누군가는 “공은 공, 과는 과”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난 70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들의 과오를 제대로 따져 물어본 적이 없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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