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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2 17:43 수정 : 2016.08.22 18:53

1910년 초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제자 브루노 발터에게 ‘특명’을 내렸다. 그해 9월12일 독일 뮌헨에서 교향곡 8번의 초연을 앞두고 독창에 나설 성악가를 구해오라는 임무였다. 봄과 여름을 지나며 성악가 8명은 빈,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베를린, 비스바덴에서 데려왔다. 합창단 850명도 연주 채비를 갖췄다. 오케스트라 171명을 합쳐 1029명이 3200석 뮌헨 국제박람회장 콘서트홀에 서게 됐다. 기획자 에밀 구트만은 3200석 객석을 채우려 ‘천인 교향곡’이라는 이름을 궁리해냈고, 지금까지 가장 대중적인 별칭으로 남았다. 하지만 ‘쇼’로 변질하는 걸 꺼린 말러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초연에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카미유 생상스, 안톤 베베른 등과 작가 토마스 만(1875~1955) 등이 참석했다. 지휘자의 손이 내려가고 잔향이 객석 맨 끝으로 사라지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어 20분간의 박수가 쏟아졌다. 호텔로 돌아온 말러는 토마스 만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우리 시대 예술을 가장 심오하고 성스러운 형식으로 표현한 작곡가”라는 칭송이었다. 이듬해인 1911년 말러의 부음을 듣고, 토마스 만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쓰기 시작해 1912년 발표했다. 주인공의 이름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 말러의 이름에서 구스타프를 따고 자신을 투영시켜 작곡가 대신 작가를 내세웠다. 1971년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작가는 다시 작곡가로 돌아갔다. 영화에는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삽입됐다.

오는 25일과 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임헌정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가 ‘천인 교향곡’을 연주한다. 별칭에 걸맞게 연주자는 1천명이다. 지휘자 1명, 성악가 8명, 오케스트라 141명, 합창단 850명이다. 1978년 국립교향악단의 초연 이래 그간 국내 공연에선 최대 500명에 그쳤다. 이번 연주에 기대가 큰 이유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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