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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추악한 연상녀 / 김종구 |
미국의 시사잡지 <뉴욕 매거진>은 2006년 5월에 ‘추악한 연상녀’(Dirty Old Women)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10대의 소년들은 언제나 매력적인 여교사에게 욕망을 품는다. 그런데 여교사가 소년들에게 욕망을 품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기사는 10대 소년들에 대한 성인 여성의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었다. 외국에서나 일어나는 엽기적 사건으로 여겼던 사건이 최근 인천지방법원이 판결한 30대 학원 여강사 사건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과 달리 성인 여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 소년들을 마냥 희생자로만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1998년에 미국 템플대의 브루스 린드 교수 등 심리학자 세 명은 어린 시절 성적 학대의 장기적 효과를 연구한 논문을 미국심리학회 학술저널에 발표했는데, 논문의 결론은 “소년들의 경우 소녀들보다 부정적 반응이 훨씬 더 적다”는 것이었다. 이 논문은 곧바로 ‘악마의 연구’라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미국 가족연구위원회는 미국심리학회에 이 논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미 하원은 2000년에 비판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소녀들보다 소년들의 성 학대 피해가 크지 않다는 주장은 그런 나이 또래의 소년들을 ‘걸어 다니는 욕망 덩어리’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또 남성은 나이가 어려도 성숙함과 남자다움을 갖춰야 하며, 자신의 행동(성행위를 포함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그릇된 통념과도 관련이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성 학대 경험을 겪은 소년은 성인이 돼서도 상당한 심리적·성적 문제를 보인다는 것이 많은 임상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다. 우리 사회도 이제 추악한 연상녀로부터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는 일에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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