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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9 16:49 수정 : 2017.01.09 19:31

세계 각국에는 특이한 이름의 정당이 많다. ‘맥주 애호가당’ ‘대머리당’ ‘코뿔소당’ ‘익스트림 레슬링당’ ‘쌍꼬리 강아지당’ 등등. ‘해적당’은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실제로는 불법 복제물을 뜻하는 ‘해적판’에서 이름을 따와 지식재산권 등의 독점적 소유를 반대하는 정당이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14.5%를 득표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명에 느낌표를 넣은 이탈리아의 ‘행동하라!’, 프랑스의 농본주의 정당인 ‘사냥, 낚시, 자연, 전통’ 등도 매우 특이한 이름의 정당이다.

개혁보수신당이 정식 이름으로 채택한 ‘바른정당’도 이런 당들 못지않게 별난 이름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똑바르다’ ‘올바르다’고 당명에서 자랑한 정당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엉뚱하고 어설픈 이름의 정당이 숱하게 많았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태연하게 ‘민주정의당’이라고 당명을 지은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어쨌든 정당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이 표방하는 국가의 모습이나 정치적 이상 등을 당명에서 부각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여기에 비하면 바른정당은 나르시시즘의 냄새마저 강하게 풍긴다. 자신이 옳고 바르다는 믿음은 일종의 자기애적 인격장애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믿음의 소유자는 남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남이 자기 곁으로 다가와 사랑해주길 바라는 성향이 짙다. 정당의 최우선적 과제가 유권자들한테 다가가 마음을 사로잡는 것임을 고려하면 정당 이름으로서는 낙제점이다.

더 큰 문제는 바른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보인 행태가 ‘착하고 바르게 살기’와는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는 점이다. 당명을 통해 표방한 이미지와 실체가 너무 큰 불일치를 이룬다. 누리꾼들 사이에 ‘기름바른정당’이니 하는 갖가지 패러디가 쏟아지는 것도 그런 불일치 때문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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