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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5 17:34 수정 : 2017.02.15 21:14

작곡가 류재준은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입원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지난 8일 만난 그는 생각보다 더 수척했다. ‘블랙리스트’로 맘고생 몸고생이 컸을 것이다. 평소 정치·사회 이슈와 문화예술계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뱉어 ‘반골’로 통했다. “친일파 이름으로 된 상을 받기 싫다”며 난파음악상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난 호전적인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류재준이 7년째 예술감독으로 있는 ‘서울국제음악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10년 가까이 견실하게 진행된 음악제여서 주변에선 의아해했다. 류재준은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겨레>에 “1차에선 통과됐는데, 2차에서 제외됐다. 예술위가 심사위원에게 1차 결과와 달리 자신들이 선정한 명단을 주며 사인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심사위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예술위는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고 둘러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보면, 예술위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연번 225번’에 그가 예술감독인 서울국제음악제가 ‘지원 배제’라고 명기됐다. 류재준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지원 배제당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졌었으면 지금의 사태가 없지 않았을까? 동료 음악인조차 믿지 않았던 혼자만의 싸움이 너무 힘들었다. 남은 건 병든 몸과 꺾인 정신뿐”이라고 했다. 연극·영화·미술계에선 블랙리스트와 연계된 검열사태에 집단으로 저항했다.

예술위는 지난 8일 ‘2017년도 문예진흥기금 정시공모 지원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2억1천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앞으로 여기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말을 하지 않겠다. 그래도 억울함이 밝혀졌으니 다시 작곡을 시작할 수 있겠다. 좀 살 것 같다.” 작곡가 류재준을 응원한다.

손준현 대중문화팀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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