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캐리돌 뉴스 / 이근영

끈으로 움직이는 인형극 ‘마리오네트’는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교회에서 유래했다. 이름은 동정녀 마리아에 기원한다. 애초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교회 밖에서 문학과 시와 민담과 어우러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에서는 손으로 움직이는 ‘기뇰’로 변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마리오네트 오페라로 승화했다.

20세기 마리오네트를 부흥시킨 체코 인형술사들은 인형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를 프레임으로 만든 ‘퍼핏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독일 나치 점령 때 인형술사들은 유머와 위트와 난센스와 조크로 나치를 풍자해 억압과 폭력에 신음하는 민중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과 웃음을 안겨주었다.(<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

우리에게도 조선시대 민초들한테 익살, 해학, 골계, 풍자, 기지, 역설, 능청, 허풍으로 웃음을 선사하던 전래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이 있다.

최근 정치인 등의 인형들을 등장시킨 <에스비에스(SBS) 플러스> 시사풍자극 ‘캐리돌 뉴스’(수요일 밤 11시)의 인기가 높다. 캐리돌은 캐리커처와 돌(인형)의 합성어다. 캐리돌 풍자전 ‘박ㄹ혜뎐’을 열었던 양한모 작가의 인형들이 나와 시대를 이죽거리고, 눙치고, 희화화하고, 빈정대고, 너스레를 떤다. MB(엠비)와 GH(지에이치)가 나오는 ‘밤참뉴스’에서 MB가 “라면이나 먹자” 하면 GH가 채 썬 파를 들고 와 “나는 파면 먹는다”고 말하는 식이다.

국문학자 양주동은 “사람과 동물과의 구별이 언어 사용 여부에 있기보다 ‘웃음의 능부(能否)’에 달렸다” 했고, 국어학자 이희승은 “인간 생활에서 웃음은 하늘의 별과 같고, 봄비와 같다”고 했다. 아동문학가 방정환은 “웃음에도 칼을 품은 웃음이 있다 하지마는 칼도 웃음 속에 섞여 온다면 애교 있는 귀여운 칼”이라 했다. 웃음기 사라진 시대에 캐리돌 뉴스에서 미소와 고소를 기대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