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03 16:19
수정 : 2017.05.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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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 1 그룹 A 최종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1부리그로 승격된 뒤 기뻐하고 있다. 하키포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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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 1 그룹 A 최종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1부리그로 승격된 뒤 기뻐하고 있다. 하키포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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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나 부싯돌의 불처럼 빠른 아이스하키 경기는 ‘전광석화’로 묘사된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선수들은 시속 45~50㎞ 속도로 움직인다. 100m를 8초 안쪽으로 달리는 것으로,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빠르다. 퍽은 더 빠르다. 지름 3인치(7.6㎝), 두께 1인치의 강화고무 퍽은 최고 시속 180㎞까지 날아간다. 잘 미끄러지게 냉동된 상태로 경기마다 평균 30개 이상 준비되고, 올림픽에서는 1분30초만 지나면 새것으로 바꿔서 쓰도록 권장한다. 처음 보는 이들은 퍽이 어디로 갔는지도 몰라, 한때 미국의 방송사는 전자장치로 퍽의 궤적을 화면에 드러내도록 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수시로 선수를 전원 교체하기 때문이다. 골리(골키퍼)를 제외한 20명의 선수는 5명씩 한 조가 돼 번갈아 투입된다. 이렇게 4개 조가 ‘3분 충전 1분 출전’을 하기에 10㎏의 장비를 지고도 가속을 할 수 있다. 축구나 농구처럼 주전이나 벤치의 갈등도 없다. 20㎏의 보호장비로 무장한 골리는 미식축구의 쿼터백이나 야구의 선발투수 이상으로 중요하다. 골리를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퍽을 막는 슛블록은 선수들의 제1 덕목이다.
골리의 가랑이 사이 빈틈을 뚫고, 손목의 움직임으로 스틱의 날 위에 퍽을 회전시키며 골대 구석을 강타하는 등 슈팅은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 경기 전후 선수들이 골리를 찾아가 머리를 맞대는 등 스킨십 의례를 펴고, 경기 뒤 승리팀의 국가를 울리는 것도 독특하다.
백지선 대표팀 감독이 등록선수 233명의 한국을 톱 16개국으로 구성된 월드챔피언십에 승격시키면서 아이스하키 관심도가 높아졌다. 거친 보디체크와 골리를 지키기 위한 예민한 몸싸움 뒤엔 룰과 배려가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한번쯤 아이스하키장을 찾아 지도력과 존중심을 성찰하면 좋겠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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