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05 17:41
수정 : 2017.06.0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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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4일(한국시각)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환영식에서 좋아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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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4일(한국시각)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환영식에서 좋아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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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한국시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은 시민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성공 배경에는 2000년부터 재임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있다. 2007~2009년 일시 퇴진 2년을 빼고 15년간 구단을 운영하면서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을 일궈냈다. 2000년 초 은하의 별같은 선수들을 모은 ‘갈락티코스’ 정책은 비록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2016년 초에는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네딘 지단 감독을 영입했고, 지단 감독은 데뷔 첫해에 이어 두해 째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차지해 사상 첫 2연패 사령탑이 됐다. 굵은 선의 정책이 보는 이에 따라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최고 구단의 정체성을 위해 줄기차게 구단을 이끌어온 것은 사실이다.
<이에스피엔>(ESPN)이 최근 케이피엠지(KPMG)를 인용해 보도한 세계 최고의 자산 보유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최고경영진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2000년부터 피터 캐년, 데이비드 길이 13년을 이끌었고, 지금은 에드 우드워드가 구단 운영을 맡는 등 딱 3명이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독일의 명가 바이에른 뮌헨 역시 1900년 창단 이후 117년간 30명의 최고경영자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23년간은 딱 세 명이 회장직에 올랐다. 프란츠 베켄바워(1994년~2009년), 울리 회네스(2009년~2014년)에 이어 지금은 칼 호프너가 뮌헨을 통솔한다. 뮌헨은 유럽의 축구구단 가운데 재정적으로 가장 건전하고, 감독을 선임할 때도 뮌헨 축구의 미래라는 장기 관점 아래 뽑는 등 독일식의 치밀함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K리그 클래식은 단명 체제다. 12개 팀의 2010~2017년 대표이사 현황 자료를 보면 이 기간 팀당 평균 3.25명의 사장이 2년씩 재임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이 기간 6명이 대표를 맡아 재임기간은 평균 1년이었다. 축구단 사장이 실무 단장을 배치해 가치를 높인 곳도 있지만, 단장의 임기가 1년인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의 2010~2017년 10개 구단의 대표이사 현황을 보면 역시 수명은 평균 2년4개월이었다. 2013년 창단된 케이티는 지금까지 4년간 5명의 사장이 등장했다. 재임기간이 1년이 안 된다. 단장 체제인 프로농구에서는 2010~2017년 10개 구단 단장의 평균 임기가 2년이었다. 케이티와 인삼공사는 1년2개월마다 단장을 교체했다.
채 3년이 안 되는 스포츠단 사장·단장의 임기는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사장이나 단장이 책임을 지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다. 전임자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단절된다. 몸값이 치솟는 프로축구에서는 구단이 10살 유소년을 키워 18살의 번듯한 선수로 만들 때까지 8년 이상 공을 들여야 하는데, 현행 사장의 임기로는 언감생심이다. 경영인이나 선수 출신 전문가를 사장·단장으로 세워 내실을 다지는 구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구단주격인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의 대표나 단장 자리를 퇴임을 앞둔 임원의 마지막 보직으로 생각하는 한 재정, 마케팅, 팬 관리 등에서 혁신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한국 스포츠계의 전문가 단명 구조는 지난 정권 때 더 강화됐다. 대한체육회는 파벌이나 기득권 견제, 건강성 회복을 명목으로 산하 가맹 경기단체장과 이사의 3중임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규정을 정해 일괄적으로 임기를 제한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피해가 일어났다. 수십년의 인맥과 노하우가 필수적인 국제 스포츠외교에서 한국이 내세울 만한 인력은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근 “대한민국 체육회가 심각하다. 아이오시 등 국제연맹에 줄을 댈 스포츠외교 인맥이 전무하다”며 체육회를 비판했는데, 사실은 이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체육정책과 그것을 견제하지 못한 국회에 책임이 있다. 문체부의 체육정책 실무 최고 책임자인 체육정책관의 2010~2017년 7년간 평균 임기가 1년2개월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정책 일관성이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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